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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마하트마 간디 / 녹색평론

휘수 Hwisu 2006. 12. 9. 19:57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마하트마 간디 / 녹색평론

간디는 미래세계의 희망은, 아무런 강제와 무력이 없고, 모든 활동이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마을에 있다고 말했다. 마을 스와라지에서는 전체가 사랑에 의해 다스려지므로 높은 사람도 낮은 사람도 없다....마을 스와라지는 간디의 평생에 걸친 탐색의 열매이다. 그는 굶주리는 인도의 수많은 민중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인도의 모든 병폐를, 아니, 전세계의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으로 이‘마을 자치’사상을 제안했다.

아마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간디라고 하면, ‘비폭력, 무저항주의’를 내세워 영국의 식민통치로부터 민족을 해방시키고자 한 ‘인도 독립의 아버지’라는 식으로 이해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끊임없는 단식투쟁이나, 소금행진과 같은 ‘비폭력’ 투쟁방식을 통하여 독립을 추구한 비타협적인 애국지사 혹은 민족주의자로서 사람들은 간디를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간디를 단순히 애국지사로 보아서는 그의 사상과 실천의 핵심을 놓쳐버릴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간디의 궁극적인 목표는 영국의 식민통치로부터의 정치적 독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목표는 지금까지 인도-그리고, 세계의 온갖 지역에서-의 풀뿌리 민중에 대한 착취, 억압을 옹호해온 인간불평등 사상을 극복하고, 그러한 착취, 억압 없이는 한순간도 지탱할 수 없는 사회 경제적 시스템을 뿌리로부터 넘어서는 근원적 변화였다.

외세에 의한 식민주의는 철저히 배격되어야 하지만, 문제는 외세의 직접적 지배가 종식되었다고 해서 식민주의가 저절로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 점을 깊이 인식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간디는 끊임없이 언급하였다. 식민주의는 형태를 바꾼 채 독립 이후에도 얼마든지 계속될 수 있고, 또 실제로계속되어온 것이 현대사의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식민주의의 극복을 말할 때 간디의 독특함은 그가 다른 많은 현대적 사상가, 정치가들과는 달리 서구적 근대문명, 산업주의, 기계문명을 철저히 배격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는 점에 있다. 간디에 의하면, 영국의 식민지로서 인도사회의 노예상태와 빈곤의 궁극적 원인은 영국 혹은 서양으로부터 도입된 산업주의 내지 기계문명의 논리에 순응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자립, 자치의 능력을 상실해버린 인도 사람들 자신에게 있었다. 간디는 근대적 산업화, 기계화는 “인류에게 무엇보다 큰 화근”임을 주목하여, 언젠가 “반드시 인류에게 저주가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그는 근대 산업주의 문명이 가져다주는 물질적 풍요를 기반으로 한 인류의 행복이란 결국 허망한 약속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집요하게 역설하였다. 간디에 의하면, 인도의 참다운 미래는 근대적인 도시가 아니라 자립적인 농촌마을에 달려있었다. 그는 이기심과 영적 빈곤과 낭비를 조장하는 근대적 대도시와 산업문명의 논리 속에서는 풀뿌리 민중의 자립, 자치적인 삶이 장려될 가능성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하여, 간디는 식민지 시대를 통해서 비참한 운명을 강요당해온 인도의 70만개의 농촌마을의 부활과 회생 속에서 참다운 독립과 해방뿐만 아니라 진정하게 새로운 인류문명의 가능성을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전역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간디의 마을을 중심으로 하는 ‘스와라지’ 즉 자치, 자립의 사상은 중세적 보수주의 경제사상 쯤으로 받아들여져, 경시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의 현실이 간디가 깊이 우려했던 방향으로 갈수록 위기상황으로 치닫는 오늘날 간디의 선견지명과 그의 중심적 메시지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절박한 현실성과 호소력을 가지고 다가오는 느낌이다.
특히, 이른바 압축적 경제성장의 결과, 농업, 농촌, 농민의 전면적인 몰락과 함께, 식량자급률 25퍼센트 수준에서 외국농산물에 대한 의존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여전히 경제성장의 논리에 굴복하고 있는 한국의 우리들에게 간디의 메시지는 심히 아픈 각성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식민주의 논리의 확대판이라고 해야 할 ‘세계화 경제’의 지배 밑에서 세계전역에서 풀뿌리 민중의 삶은 짓이겨지고, 인간생존의 자연적 토대는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많은 헌신적인 노력들 속에서 지금 간디의 사상은 새삼 활발하게 재음미되기 시작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간디의 ‘마을 스와라지’ 사상과 그 실천은 지금 인류사회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희망의 논리를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천의 하나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62년에 인도의 나바지반(Navajivan) 출판사에 의해 간행된 ‘Village Swaraj’라는 제목의 책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이 책에는 간디의 방대한 저작물 중 여러 다양한 출처에서 발췌된 글들이 ‘마을 자치’라는 큰 주제 밑에서 다양한 항목별로 재배치되어 있다. 이 책은 이 위대한 민중의 스승이 왜 이토록 풀뿌리 민중의 삶의 온갖 세부에 걸쳐 되풀이하여 자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골똘히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이것은 드물게 독특하고, 감명적인 사상서의 하나로 읽혀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출처, 바람구두의문화망명지(작은책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