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詩모음

노포동 터미널 / 이영옥

휘수 Hwisu 2008. 5. 15. 08:44

1960년 경북 경주

제 5회 동서커피문학상 시 부문 금상 수상
제 22회 근로자예술제 문학부문 대상 수상

2002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03년 방송대 문학상 시 당선
2004년 계간지<시작> 신인상
부산대학교 사회교육원 소설창작과 수료
한국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사라진 입들>2007 천년의시작

 

노포동 터미널 / 이영옥


신호등 앞에 늘어선 포장마차
잔술과 낱담배를 판다고 적혀 있다
한 단위에 묶이지 못하고 떠도는 사람들이
한 개비의 시간에 불을 붙이고
엉덩이 붙일 여유도 없이 선 채로
소주 한잔을 급히 털어 넣고 있다
저녁이 포장마차 어깨를 비집고
컴컴한 목구멍을 끌고 온다
시계탑은 털갈이 하는 짐승처럼 시간을 떨군다
돌아오는 비둘기 발톱이 하나 같이 새까맣다
빗줄기가 가로등 밑으로 뛰어내리고
그 아래 일가를 이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낡은 수첩을 펴고 오래된 안부를 뒤적인다
빈 대합실 유리창에 불빛이 그렁그렁 맺힌다
터미널을 휘감은 검은 치맛자락 밑으로
행선지 모를 바람이 끝없이 태어나고 있었다

 

시집, 사라진 입들, 천년의시작,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