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숙 시인의 <사춘기>
詩와 분열된 話者…'사춘기'
199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시인 김행숙(33.사진)의 첫번째 시집 '사춘기'는 서정(敍情)과는 거리가 멀다. 시집에 실린 첫번째 시 '조각공원'에 나오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여자'처럼 김씨의 시편들은 종잡기 어렵다.
'지하 1F에 대하여' 중 "당신은 방학중인가? 대성고등학교 남자애들은 방학중이다. 빈 교실에 왜 커튼은 마스크처럼 입을 막는가? 당신은 정말 방학중인가? 혹시?/마스크 뒤에서 사내애가 자위를 하고 있다. 나는 세상에 꼴리는 게 많아. 이유 따위는 없어"같은 구절은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남고생과 성인 남성의 욕망이 겹치고 여성 화자의 내면이 드러난 시에서는 '불량기' 다분한 관능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두세번 들여다봐도 역시 명쾌하게 해석되지는 않는다.
시를 읽는 단서는 있다. 김씨의 시는 서정시와는 동떨어져 형성된 서사시.서술시의 흐름을 잇고 있는 것으로 분류된다. 더구나 그 서술은 시적 화자의 정체성이 혼란될 정도로 파편화된 것으로 여겨진다. 시인 이장욱은 시집 뒤에 붙은 해설에서 "어떤 시에서 그녀 시의 화자는 시 바깥에서 시와 무관하게 말하는 자"라고 설명했다.
"여긴 전에 와본 적이 있다. 나의 부상(浮上)을 두려워하는 자의 숨소리를 듣는다. 여긴 햇빛이 따갑군요/…/나는 거대한 여자다. 인간적인 차원의 부피가 아니다. 나는 거의 물이다. 내게 기댄다면 나는 잠시 튜브다/…"
가령 '당신의 악몽 1' 같은 시에서 존칭어미를 쓰는 화자와 그렇지 않은 화자는 서로 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1인칭이 지긋지긋하고 자의식 과잉이 지겹다. 내 시는 어떤 계보에도 속하지 않는 별난 것이라는 평을 받곤 한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해석하려 하지 말고 감각적으로 읽어달라"고 주문했다.
| 중앙일보 문화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