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詩모음

김종삼 시모음 1

휘수 Hwisu 2007. 5. 5. 06:44

1921  황해도 은율 출생
1934  평양 광성보통학교 졸업
        평양 숭실중학교 입학
1944  일본 동경문화학원 문학과 중퇴
1947  극단 <극예술협회>에 입회하여 연출부에서 일하기 시작
1953  군 다이제스트 편집부에 입사. 종합잡지 『신세계』에
        「園丁」을 발표함으로써 작품 활동을 시작
1955  국방부 정훈국 방송과에서 음악담당으로 일하기 시작
1957  김광림, 전봉건과 더불어 3인 시집 『전쟁과 음악과 희망과』(자유세계사) 간행
1963  동아방송(지금의 KBS 제 2방송) 총무국에 촉탁으로 입사
1967  일반사원으로 제작부에서 근무하기 시작
1968  김광림, 문덕수와 더불어 3인 시집 『본적지』(성문각) 간행
1969  첫 개인시집 『십이음계』(삼애사) 간행
1976  방송국 정년 퇴임
1977  두 번째 개인시집 『시인학교』(신현실사) 간행
1979  시선집 『북치는 소년(민음사) 간행
1982  세 번째 개인시집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민음사) 간행
1984  시선집 『평화롭게』(고려원) 간행
        12월 8일, 63세를 일기로 세상을 뜸
1991 계간 『현대시세계』에서 김종삼문학상 제정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아닌 시인이라고.


북치는 소년


내용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희에게 온
서양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 양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스와니江이랑 요단江이랑


그해엔 눈이 많이 나리었다. 나이 어린
소년은 초가집에서 살고 있었다.
스와니江이랑 요단江이랑 어디메 있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었다.
눈이 많이 나려 쌓이었다.
바람이 일면 심심하여지면 먼 고장만을
생각하게 되었던 눈더미 눈더미 앞으로
한 사람이 그림처럼 앞질러갔다.

 

내가 죽던 날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주먹만하다 집채만하다
쌓이었다가 녹는다
교황청 문 닫히는 소리가 육중
하였다 냉엄하였다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다비드상 아랫도리를 만져보다가
관리인에게 붙잡혀 얻어터지고 있었다

 

掌篇  1


  아작아작 크고 작은 두 마리의 염소가 캐비지를 먹고 있다.
  똑똑 걸음과 울음소리가 더 재미있다.
  인파 속으로 열심히 따라가고 있다.
  나 같으면 어떤 일이 있어도 녀석들을 죽이지 않겠다.

 

출처, 간이역에이는시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