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읽고싶은글

글을 위해 사색도 절제하라 / 김택근

휘수 Hwisu 2006. 7. 29. 02:17

 

글을 위해 사색도 절제하라



어떤 종류의 글이든 나름의 향과 결이 있습니다. 글이란 그 속에 글쓴이의 성정과 인격이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글은 마음과 생각을 돌아나옵니다. 그래서 마음과 생각이 맑지 못하면 바른 글이 나올수 없습니다.

우리는 곧잘 미문(美文)과 교문(巧文)의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부풀리거나 비틀린 글들은 세상을 어지럽힙니다. 문명(文名)을 과신하여 함부로 쓴 글들이 해악을 끼친 사례는 동서고금에 너무 흔해서 헤아리기도 어렵습니다.

대략 1,500년전에 발표된 중국의 문학이론서 `문심주룡"은 혼을 충만시켜야 사물의 유혹에 휩쓸리지 않고 바른 글을 쓸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가르침은 기술이 모든 것을 삼키는 디지털시대에도 여전히 우리 마음을 움직입니다.

『만상(萬象)은 어지럽고, 과도의 사색은 피로의 근원이 된다. 정신은 인간의 보물, 활력은 함양(涵養)을 빼지 않는다. 물은 파도가 없을 때 거울이 되고, 불은 고요할 때 빛난다. 문재(文才)를 과로(過勞)케 하지 마라. 혼을 충만시켜라.』

바른 글을 쓰려면 사색까지 절제하라고 했습니다. 교만과 절망은 수시로 생겨나는 것이니 미문이나 교문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같습니다. 지난 가을에 일군 아침글밭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았습니다. 우리 글밭에는 늘 맑은 기운이 감돌기를 기원해 봅니다.

〈김택근/시인〉

출처, 바람꽃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