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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인이 사는 법 / 서동인

휘수 Hwisu 2008. 12. 27. 10:15

전남 여수 출생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음 
 2002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2008년 시집 <가방을 찾습니다> 리토피아

 

그 노인이 사는 법 / 서동인

서시장 어물전에 나앉은
노파는 생선 비늘처럼 야위어간다
부둣가 병든 갈매기의 부리를 닮아가는
입술이 바삭 바삭 마르지만
새로 생긴 초대형 마트 때문인지 벌이가 수월치 않다
갈라진 손등에 소금기 섞인 비린내 스미면

노파는 한 마리 물간 생선,
좌판에 나른한 햇살이 내려앉으면
어느새 꾸벅꾸벅, 노을빛 물드는 얼굴에
봉긋 검버섯 피어오른다
떨이 기다리는 어물전을 먹어치우는 어둠 속
간밤 꿈길에 밟힌 영감이 떠오르지만 몹쓸 사람,
애간장 타는 세월이 주름치마처럼 펄럭거린다
이 사람아, 누군가 부르는 것 같아
돌아보면 환청인가 손님도 뚝 끊긴 시장통

해풍에 깎인 갯바위처럼 쓰라린 가슴 어루만지는
노파는 팔다 남은 생선 몇 마리 비닐봉지에 담아 묶는다
산동네 텅 빈 집으로 가는 삼거리  
대폿집 막걸리 한사발로 허기를 달래는
노파는 스물스물, 꽃각시로
피어오르고 싶다    

     

시집 <가방을 찾습니다> 2008. 리토피아      

                                                       

출처, 내영혼의깊은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