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詩모음

구름 편력 / 천서봉

휘수 Hwisu 2007. 10. 18. 13:35

2005 작가세계 신인상 수상

시,『그리운 습격』,『청동기마상,』,『바람의 목회』

『폭설』,『나무에게 묻다』 5편이 당선

 

구름 편력 / 천서봉


셀 수 없는 구름들을 나는 지나왔으니,
서해 어디쯤이거나 차가운 사막의 귀퉁이쯤이 태생이었을
구름의 먼 행보는 모르는 것으로 한다.
석 달 열흘 동안 먹장구름이 눈물로 떠나지 않았다거나
나와 어느 달콤한 오월의 구름 사이에
보름달 같은 아이가 자란다는,
뜬소문들이 연기처럼 자라나 헐한 저녁을 짓곤 했다.


그러나 이제 시월,
하늘은 생각의 高度를 조금 높인다. 실상은 늘
비가 되어버린 구름의 후일담 같은 것.
나는 구름을 위해 몇 편의 시를 짓거나
시절의 아름다운 증거를 사진 속에 가두었으나
대부분 먼 배경이었으며 알고 보면
구름 모자들이 한번쯤 쓰윽 나를 써보고 간 것뿐이었다.
뒤를 삶이 들러리처럼 걸었으니,
변덕스럽고 지독했던 체위가 내 이력의 전부였구나.
내가 가졌던, 그러나 위독했던 한 떼의 구름들,
그녀들이 알선해 준 내 몽상의 일터엔
한 줄로 선 토끼나 양떼들이 슬픈 톱니바퀴를 돌리고 있다.
구름이 나를 망쳤다.


너무 많은 하늘이 나를 스쳐지나 갔다.


『문학수첩』 2007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