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詩모음
겨울 부석사 / 이영옥
휘수 Hwisu
2007. 12. 13. 12:46
1960년 경북 경주
제 5회 동서커피문학상 시 부문 금상 수상
제 22회 근로자예술제 문학부문 대상 수상
2002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03년 방송대 문학상 시 당선
2004년 계간지<시작> 신인상
부산대학교 사회교육원 소설창작과 수료
한국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사라진 입들>2007 천년의시작
겨울 부석사 / 이영옥
소백산 품에 깃들어 사는
능선을 모두 쓸어안고
절은 무슨 생각으로
저녁 어둠을 발라 제 얼굴 지우고 있는가
깊은 바다에서 도망쳐 온
커다란 목어 한 마리 범종루 천장에 매달려
어둠을 뻐끔뻐끔 피우고 있다
맞배지붕을 이고 있던 안개기둥은
스스로 몸을 헐어 바람이 된다
퀭한 눈으로 바라보는 저 석등은
따뜻한 불빛 글썽거려본 지 언제였을까
고개 숙이고 오르다 보면 극락이라지만
안양루 마룻바닥에는
빈 바람이 쓸고 간 흔적뿐이었다
자리 잡지도 떠나지도 못하는 마음이
돌 하나로 떠 있는 부석사
헛된 시간도 오래 견디다 보면
그대에게 닿을 수 있을는지
당간지주에 내 그리움 펄럭이게 내버려두고
범종루 떠받치고 있는 마른기둥 옆에
한자리 슬그머니 끼어들고 싶었다
아득히 눈 감고 있는 허공으로
눈발 점점 굵어지더니 사하촌의 밤이
한 이불을 덮고 하얗게 잠이 들었다
시작, 2006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