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詩모음

건널목 / 이영옥

휘수 Hwisu 2008. 8. 24. 14:12

1960년 경북 경주

제 5회 동서커피문학상 시 부문 금상 수상
제 22회 근로자예술제 문학부문 대상 수상

2002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03년 방송대 문학상 시 당선
2004년 계간지<시작> 신인상
부산대학교 사회교육원 소설창작과 수료
한국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사라진 입들>2007 천년의시작

 

건널목 / 이영옥

단풍잎 같은 밤의 차창에 마음 주지 말기를
세상에 존재하는 한 차단은 필요했으니
딸랑딸랑 종소리 내며 막아 주는 것
나를 대신해 흐린 불빛 찔끔찔끔 꺼내던 창을 지나
그 길이 너에게 가는 길이라고 믿었던 저녁들
눈꺼풀 없는 알전구처럼
밤낮 소등되지 않는 환한 불을 켜들고 있었던 날들이
너에게 가던 길이었다고 이젠 말하지 않겠다
생각 없이 내딛던 걸음을 누가 막지 않았다면
지금과 다른 시간을 곱게 이어붙일 수 없었으리
붉은빛을 전염시키며 우르르 일어서는 가로등
눈물로 이룬 별이 먼데서 그렁거리는 일도
별이 수놓인 이불보를 조금 전 완성한 일도
모두가 걸음 멈춘 뒤에 끝맺음 된 일
건너편에 서 있던 너를 세월이 휙휙 데려갔다
만약 차단기가 오르고 내가 다시 흘러갈 수 있다면
한없이 칙칙해 보이는 저 건널목 위에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발걸음을
꽃잎처럼 후두둑 뿌려 줄 것이다